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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습니다. 빗줄기 속에서 우산 하나 들고 서 계신 선생님의 모습은 옛날 맑고 바른 선비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비가 많이 오네요.”

하느님께서 눈물을 흘리시는 것이죠. 죄 없는 어린 학생들이 이렇게 많이 죽어가니...”

전날(16) 진도 세월호 침몰로 많은 학생들이 실종된 사건을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날은 이 땅이 온통 슬픔에 젖어 있는 날이었습니다. 선생님의 모습은 슬픈 예수그 자체였습니다.

2014417일 목요일, 한신대학교 민중신학회에서는 책 슬픈 예수’ ‘행동하는 예수의 저자인 가톨릭 평신도 해방신학자 김근수 선생님을 모시고, ‘해방신학 이야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열었습니다. 저희는 매달 주제를 정해서 그 주제에 대해 좋은 말씀을 해 주실 좋은 선생님들을 모시고, 한신대 신학과 학우뿐만 아니라, 교내 모든 학우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저번 달 327일에는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님을 모시고, ‘그리스도인과 성소수자라는 주제로 강연을 가진 바 있습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강연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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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가 사는 사회는 정말 암울합니다. 민주주의, 통일, 노동, 인권,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후퇴하고 있는 참담한 현실을 경험,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814일 가톨릭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합니다. 그리고 세계에 진보적 메시지를 주면서 많은 긍정적 충격을 주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얘기함에 있어 해방신학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의 해방신학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져가고 있고, 거기서 오늘날 우리에게 줄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찾아내기를 갈망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신대 민중신학회는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해방신학 전공자인 김근수 선생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해방신학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오늘날의 해방신학이란, 특히 분단된 상황에 놓인 한반도에서의 해방신학이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고, 한 뿌리에서 나온 형제인 우리 개신교와 함께 어떤 연대와 실천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는 자리를 가져보자는 생각해서 만든 자리였습니다.

 

시작은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 그리고 가족들을 위한 짧은 묵상 기도로 시작됐습니다.

사실은 많이 걱정했습니다. 강의실에 앉은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너무 무거웠기 때문입니다. 강연을 주관하는 저희 입장으로서는, “오늘 날 잘못 잡은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강연이 시작되자, 김근수 선생님은 슬픈 예수에서 행동하는 예수가 되셨습니다. 우리의 암울한 현실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하시면서, 우리의 실천과 행동, 연대가 중요함을 강조하셨습니다.

 

김근수 선생님은 한신대학교에 대한 많은 애정을 보이셨습니다.

한신대학교 신학과는 김재준 목사님, 문익환 목사님, 안병무 선생님과 같은 뛰어난 스승을 많이 배출한 곳이죠. 제가 만약에 다시 신학교를 들어간다면 한신대 신학과에 들어올 겁니다.”

 

(다음은 선생님의 말씀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해방신학이란?

해방신학은 1960년대 남미에서 시작된 신학입니다. 가난과 정치적 억압을 받는 사람들의 상황을 신학적으로 관찰하는 데서 나온 것이죠. 해방신학은 경제적 가난은 다른 것이 아니라 사회악이고, 구조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교회는 가난한 사람을 편드는 일을 해야만 한다고 말합니다.”

 

해방신학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일부 사람들은 해방신학은 이제 끝난 신학이라고, 더 이상 상황에 맞지 않는 신학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가난은 여전합니다. 가난이 있는 한, 해방신학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만 해방신학이 주목을 받지 않을 뿐, 해방신학은 이미 세계 가톨릭 내에서 주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해방신학이 사회주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현실 분석에 있어서만 사회주의적 분석을 가할 뿐입니다. 해방신학은 계급주의를 말하지 않습니다. 비폭력을 지향하죠. 또한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은총을 강조하는 신학입니다.”

 

개신교에서 가지고 있는 가톨릭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는?

교황 무오류설에 대해 잘못된 오해들이 많은데, 그것은 선언적 표현일 뿐입니다. 교회의 결정은 정말 많은 절차들을 거치게 되어 있습니다. 이 많은 절차들을 거쳐서 교황이 선언하는 것은,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하는 선언적 표현일 뿐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서.

지금까지의 교황들은 사회개혁은 외치지만, 교회개혁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교황은 이 부분에서 다릅니다. 현재 교황은 사회개혁을 하려면 우선 교회개혁부터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남이 변하려면 우선 우리가 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강의가 시작된 지 15분 정도가 지나자, 강의실은 앉을 자리 없이 모두 꽉 찼습니다. 대부분이 한신대 신학생들이었고, 다른 학과 학우들, 그리고 인근 시민 분들께서도 함께 해 주셨습니다. 김근수 선생님은 선배 신학도로서 후배 신학도들에게 신학을 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시며 말씀해 주셨습니다. 모두 하나 같이 중요하고, 자극이 되는 말씀들이었습니다.)

 

신학은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문제, 질문을 찾는 것입니다. 나는 그래요. 날이 가면 갈수록 모르는 것이 신학입니다. 생각해 보면 신학교 1학년 1학기 때가 가장 똑똑했습니다. 그때는 모르는 것이 없는 것 같았죠. 하지만 이렇게 몇 십 년 신학을 하면서 느낀 것은, 신학은 정말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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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신학 공부의 몇 가지 원칙

첫째는 성서를 많이 보아야 합니다. 성서를 많이 보되 특히 신약성서, 그 중에서도 예수에 관한 이야기인 사복음서를 많이 읽을 것을 권유하고 싶습니다. 예수를 모르고 어떻게 신학을 할 수 있습니까? 로마서는 예수에 대한 에세이입니다. 가장 중요한 예수에 대한 이야기는 사복음서에만 담겨 있습니다. 두 번째는 가난한 사람이 누구인가를 알아야 합니다. 가난한 사람을 모르면, 가난한 사람을 편드는 하느님을 알 수가 없죠. 가난한 사람을 통해서만 하느님을 알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현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실을 모르고선 절대 신학을 할 수 없습니다. 칼 바르트라는 신학자는 한 손에는 성서, 한 손에는 신문이라는 말을 했는데 정확한 말입니다. 현실을 알아야 합니다. 네 번째는 가난한 사람들의 현장을 찾으십시오. 현장에 직접 참여를 할 수 없다고 해도, 시간을 내서 멀찍이서 구경이라도 하고 오세요. 현장을 모르고선 신학이 불가능합니다. 남미 해방신학의 논리학이라는 것이 습니다. 첫 번째는 보는 것’, 두 번째는 판단하기’, 세 번째는 행동하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판단하기까지만 합니다. 행동하기가 없습니다. 저는 예수가 두 예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예수는 가르치는 예수이고, 한 예수는 행동하는 예수입니다. 전자는 준결승입니다. 정말 결승전은 바로 행동하는 예수입니다. 신학은 행동해야 하는 학문입니다.”

 

(선생님께서는 강연을 계획하기 위해서 연락을 드릴 때부터 질문과 답변이 많이 오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질문을 받는 시간이 되자 정말 많은 학우들이 질문을 드렸고, 열띤 분위기가 만들어 졌습니다. 너무 많은 질문에, 선생님께서는 우스개 소리로, “저를 해방시켜 주세요. 그게 해방신학이에요.”라고 말씀하셨지만, 질문 하나하나에 끝까지 성실하게 답변해 주셨습니다.)

 

가톨릭 여성 사제 서품 불허용과 성소수자에 대한 태도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내가 교황이라면 천주교 여성 사제는 벌써부터 허용했을 것입니다. 가톨릭은 여성 사제 서품을 막는 죄를 더 이상 저질러서는 안 됩니다. 이미 허용했어야 하는 일입니다. 여성 사제는 학술적으로도 어서 허용을 해야 하는 문제임이 분명합니다. 가톨릭은 성 소수자를 사랑으로 보자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방신학자로서 개인적으로 이 세계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가난이라고 생각합니다. 성 소수자 문제보다는 사실 이 가난의 문제에 더 많이 집중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정의란? 그리고 우리의 실천이란?

구약성서에서 말하는 정의와 그리스 철학의 정의는 의미가 확연히 다릅니다. 구약성서에서 말하는 정의는 가난한 사람들 편드는 것입니다. 반면 그리스 철학의 정의란 모두 기회를 갖게하는 것인데 이것은 결국 부자에게 유리한 것입니다. 기회가 어떻게 모두에게 돌아갑니까. 해방신학자들은 가난을 이라고 정의합니다. 또 우리가 가난해지자는 것이 아니라, 가난과 싸우자는 입장을 분명히 합니다. 그리고 가난한 자와는 연대하되, 부자와는 손을 끊자고 합니다. 왜 부자와 손을 끊을까요? 이미 부자와 연대는 많이 해 본 경험이 있는데, 다 실패했습니다. 우리는 가난한 자와만 연대하고, 부자와는 연대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웃종교와의 대화와 평화 문제?

자기가 진리라고 우기며 싸우면 안 됩니다. 그보다는 이런 태도가 필요하죠. ‘진리는 자네가 가지게, 나는 평화를 갖겠네. 자네가 이기게, 나는 지겠네.’라는 태도입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을 창조하셨다는 신앙을 끝까지 절대 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이웃 종교 모두 하느님의 자녀라는 것은 모두 동의하지 않으십니까?”

 

교회 개혁의 원칙이란 어떤 것이 있는가?

첫번째는 성직자 중심주의를 없애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교회 밖으로 나가는 것, 세 번째는 가장 어려운 것인데, 바로 자기 개혁입니다. 자기개혁처럼 어려운 것은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신학함이란?

신학한다는 것은 정말 외로운 일입니다. ‘신학적 외로움이란 것이 있습니다. 가장 외로운 길입니다. 특히 해방신학은 정말 어렵습니다. 신학은 늘 양심적 가책을 줍니다. 신학하며 가장 큰 유혹은 바로 타협입니다. 한신대 신학과 학생들도 90명이 잘못된 길을 걸어도 절대 어긋나지 않겠다는 각오로 신학을 해야만 한다.”

 

부활이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곧 결승전이고,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사는 것이 곧 부활입니다. 부활 사건은 예수처럼 사는 것이 옳다고 하는 하나님의 선언인 것입니다. 또한 부활은 제자들이 우리 스승의 삶이 옳았다는 신념으로 뭉친 사건입니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는 이 말씀이 많이 와 닿았습니다. 가톨릭이 가지고 있는 큰 품을 드러내고 있는 말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사회 변혁을 위해 실천하는 사람들이 가지게 되는 좌절을 위로해 주는 말씀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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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너무 많이 전진하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두가 조금씩 전진해 나가면 됩니다. 예수가 기적을 베풀었는데 전 세계의 병자들을 다 치료했는가? 아니다. 극히 일부였다. 우리도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다. 희망을 잃지 말자.”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된 강연에, 김근수 선생님께서는 신학은 단순한 학문이 아니라, 온 존재로 해야 하는 것임을 말씀하셨습니다. 현장과 행동을 빼놓은 신학은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또한 그 신학은 철저하게 눌린 자, 가난한 자를 위해 복무해야 하며, 교회 역시 그래야만 하는 것입니다.

 

강연이 끝나고 학우들끼리 돌아오며, 많은 질문을 나눴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가난이란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는가? 어디까지가 가난인가?’하는 질문들이 많았습니다.

그 해답은 아마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 가운데 있는 것 같습니다.

기도를 통한 자기개혁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난한 사람들을 발견하는 맑은 마음과 눈,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과 연대하고 행동하는 발바닥을 잃은 것은 아닐까요? 사실 가난, 억압, 차별이라는 은 여전한데, 아니 더욱 깊어지고 있는데, 우리의 눈과 마음은 갈수록 어두워져 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연대를 향한 행동하는 발바닥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글쓴이 : 한신대 민중신학회 김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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