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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30 06:24

신라(新羅)와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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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세계기독교 역사에서 기독교의 서진(西進)뿐 만 아니라 동진(東進)도 중요하다. 기독교의 동진은 시리아교회를 통해 바벨로니아와 페르시아를 거쳐 중앙아시아, 인도, 중국, 몽골 등으로 이어졌다.

공식적으로 중국에 기독교가 전래된 것은 당 태종 정관 9년(635년)에 알로펜(Alopen, 阿羅本)을 단장으로 하는 시리아교회 선교단이 도착하면서 부터다.  태종은 이들을 환영하여 638년에 조정이 인정하는 종교 중 하나로 선포하였다. (당은 중국 역대 어느 왕조보다도 국제적 개방성을 지니고 있었다.)

페르시아의 한자 음역을 따라 파사교(波斯敎), 로마에서 전래되었다하여 대진교(大秦敎) 등으로 불리다 광명정대한 종교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경교(景敎)라고 통칭되면서 당 무종 28~31년(842~845년)에 일어난 회창법난(會昌法亂) 전까지 200여 년간 번성하였다. 781년에는 경교 교회인 장안 대진사(大秦寺)  안에 <대진경교유행중국비(大秦景敎流行中國碑)>가 세워지기도 했다. 보통 경교를 431년 에베소공의회에서 이단으로 정죄된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라고 부르는데 실상은 중앙아시아와 중국에 기독교를 전한 동부시리아교회 안에서 네스토리우스파가 다수를 차지하긴 했지만 경교를 네스토리우스파와 동일시하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있다.

어쨌든 당나라에서 200여 년 동안 번성한 경교가 당시 당과 활발한 교류를 하던 신라에도 전래되었을 가능성이 일찍부터 제시되었다.  경교 신라전래설을 주장한 대표적 인물은 영국 출신 인류학자 고든(E.A.Gordon)여사였다. 고든은 1915~17년 경 한국에 머물면서 경주 불국사와 석굴암의 신장, 관음상, 나한상, 제석천상 등과 신라 왕릉의 십이지상, 무인상 등에 경교적인 영향을 받은 흔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고든의 이런 주장을 계승한 사람이 김양선목사(1907~70)였다. 그는 1956년 불국사에서 발견되었다는 십자가 형태의 석제유물과 철제 십자가 장식, 마리아상과 유사한 관음상 등을 증거로 경교의 신라전래설을 주장하였다.  이런 가설은 마펫(S.H.Moffett, 마포삼열선교사의 아들 마삼락)선교사, 오윤태목사 등도 주장했는데, 오윤태목사는 아미타불, 미륵불, 대일여래는 예수이고, 관세음보살은 예수와 성모 마리아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후 경교의 신라전래설은 한국기독교의 초기 역사를 말할 때 항상 등장하는 주제가 되었다. 그러나 십자가 형태의 석제유물과 철제 십자가 장식 등의 출토 장소와 정체에 대한 결론은 여전히 불분명하고 마리아상으로 추정한 유물은 송자관음상(送子觀音像)이나 자모관음상(慈母觀音像) 등으로 불리는 모자불상(母子佛像)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석굴암과 불국사의 구조와 신장상, 나한상, 제석천상과 왕릉의 십이지상과 무인상에 외래적 요소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경교의 영향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 뿐이다.

속일본기(續日本紀)에서도 736년(天平8년) 당의 사신과 경교의 선교사가 일본에 와서 쇼무(聖武)천황을 만났다는 기록이 있고 당과 신라, 일본 등의 활발한 교류 역사를 생각해 보면 신라에 경교가 전래되었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불분명한 유물을 가지고 경교의 신라전래를 사실화하려는 것은 무리한 태도로 여겨진다. 

그런 면에서 경교의 신라전래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의 연구노력 자체를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경교의 신라전래 가능성을 사실화 하려는 주장에는 한국기독교의 기원을 신라까지 소급하고 싶은 간절한 바램이 투영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경교의 신라전래설은 어쩌면 한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선민적(選民的) 관심이 이미 신라시대부터 있었다는 그런 하나님의 섭리를 믿고 싶은 열망이 엄정한 역사해석을 앞질러 간  사례로 이용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기독교 안에서 신앙적섭리사관이라는 것이 여전히 대중적으로 어필하고 있어서 하는 말이다. 

 

마리아상 추정.jpg돌십자가.jpg철제 십자가.jpg십자가 장식.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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