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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과 소통의 소식지
삶의 작은 공간으로부터 희망을 함께 나누는 큰 길에서 만나는 길목
| 길목 | 2016.08.11 | 1319호 |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묵상과 성찰
귀뚜라미
- 나희덕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은 노래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숨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 밑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하늘뜻
사람이면 누구나 경쟁심이 있어서 남보다 더 얻으려고 기를 쓰는 것을 나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이 또한 바람을 잡듯 헛된 일이다. 그렇다고 팔짱을 끼고 놀다가 말라 죽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전도서 4:4-5)
참여
나눔과 소통
순수 -희일이송
순수한 유가족, 순수 예술, 순수한 결사체, 순수한 시위, 순수한 저항, 순수한 대학생, 순수한 민주주의..... 온통 순수함의 강박들. 레드 컴플렉스의 또다른 변형이다. 순수에 집착하는 강박증 환자들이 더러움에 대한 욕망과 공포를 동력 삼듯, 순수함에 대한 집착증 역시 "외부세력"으로 표상되는 연대와 정치화의 과정을 그 대상으로 삼는다.
사회적 맥락이 제거된 순수한 시공간이 존재하는가? 환상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사회적 공간에서 정치적이지 않는 공간은 없다. 순수함을 가정하는 태도야말로, 역설적으로 정치의 "외부"를 주장하는 셈이다. 조지 오웰은 이런 순수함에 대한 강박에 대해 이렇게 대꾸한다.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 태도인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요청하는 "순수함"이란 순응과 복종을 의미하는 반면, 저항하는 자들이 말하는 "순수함"이란 권력의 이런 요청에 대한 고분고분한 응답이다. 사회적 권력은 종족적 순결과 개인성을 강조함으로써 이해관계를 개별화한다. 배제와 분리가 횡행한다. 통제 가능한 단위로 잘게 추상화되고, 시민들의 유기적 관계는 해체된다. "사회"를 추방하는 것이야말로 신자유주의 체제의 강력한 요청이었다.
순수한 광주 시민, 순수한 대학생, 순수한 여성운동, 순수한 지역민... 연대와 정치적 사유를 기꺼이 배제하며 스스로 고립과 외부를 자처하는 것으로 한 줌의 이득은 얻을 수 있겠지만, 결국 공화국의 시민 권리와 "사회"를 포기하는 위험한 언어들. 순수함을 강조할 때는 때가 잘 빠진 깨끗한 옷이나 표현할 때 쓰는 게 좋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흰옷이나 입고 나가야겠다.
그토록 깨끗하고 환한 웃음 -김주대
높은 벽 밧줄에 매달려 페인트를 칠하고 있는 더러운 작업복 사내를 웬 더러운 작업복 여자가 올려다보며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다. 잠시 후 땀범벅이 된 사내가 내려와 여자가 주는 물을 받아 마신다. 무슨 일인지 서로를 쳐다보며 잠시도 입을 다물 줄 모르고 웃는다. 좀 모자란다 싶을 정도로 웃는다. 두 사람 다 코끝과 눈가 주름이 아주 굳어진 듯 깊었고, 크게 열려있는 입 안에는 검누른 이빨이 있었다. 거기, 시커먼 주름과 깨끗하지 못한 검누런 이빨들에서 그토록 깨끗하고 환한 웃음이 나오다니. 나도 모르게 벌어진 입으로 서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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