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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과 소통의 소식지
삶의 작은 공간으로부터 희망을 함께 나누는 큰 길에서 만나는 길목
| 길목 | 2016.08.13 | 948호 |
얼마나 더 걸어야 산 하나를 넘을까
묵상과 성찰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 김재진
문이 닫히고 차가 떠나고
먼지 속에 남겨진 채
지나온 길 생각하며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얼마나 더 가야 험한 세상
아프지 않고 외롭지 않고
건너갈 수 있을까

아득한 대지 위로 풀들이 돋고
산 아래 먼길이 꿈길인듯 떠오를 때
텅 비어 홀가분한 주머니에 손 찌른 채
얼마나 더 걸어야 산 하나를 넘을까

이름만 불러도 눈시울 젖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얼마나 더 가야 네 따뜻한
가슴에 가 안길까

마음이 마음을 만져 웃음 짓게 하는
눈길이 눈길을 만져 화사하게 하는
얼마나 더 가야 그런 세상
만날 수가 있을까
하늘뜻
이제 그 일을 마무리하도록 하십시오. 여러분이 처음에 품었던 의욕을 실천에 옮겨 자기 힘이 자라는 대로 그 일을 완성하라는 말입니다. (고린도후서 8:11)
참여
나눔과 소통
위로 -김규항
위로를 너무 쉽게들 한다. 상대의 고통에 정말 교감하면 어떤 말을 해야할지 망설이게 되고, 작게라도 실제로 도울 방법은 없을지 고민하게 된다. 쉽게 위로한다는 건 남의 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힘든 사람에겐 그런 위로도 고마울 수 있지만, 결국 더 깊은 외로움에 빠지게 한다.
동네상권 -정미라
10년 넘게 장사를 했던 우리동네 화장품 가게가 지난주 문을 닫았다. 화장을 잘 안하는 편이라서 일년에 한두번 들를까말까 한 곳이었지만 그래도 오랜 단골의 한사람으로서 무척이나 아쉽고 쓸쓸한 기분이 든다.
가게를 정리하면서 재고세일을 하길래 인사도 드릴겸 들렀는데 예의 환한 웃음으로 나를 맞으시며 그동안 고마웠다고 이것저것 챙겨주신다. 이전을 하시는거냐고 여쭈니 아니라고 아예 그만두시는 거라고, 싸고 좋은 브랜드샵이 많이 나와서 경쟁이 안된다고 쓸쓸히 웃으신다.
우리동네에 문을 닫은 곳은 화장품 가게 뿐 아니다. 한달전에는 허리가 활처럼 굽은 키작은 할머니가 운영하시던 야채가게가 20년만에 문을 닫았는데, 다른건 몰라도 그집에서 파는 호박잎만큼은 진짜 연하고 맛있었는데 더이상 살 수가 없어 안타깝다.
또 7년전에도 노총각이었는데 여전히 지금도 노총각인 미용사가 운영하는 곳도 조만간 폐업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가끔 그곳에 갔을 때, 머리를 감겨주는 그의 손길이 부드러워서 실없이 얼굴이 붉어지곤 했던 게 생각난다.
그곳 외에도 비어있는 가게들이 심심찮게 보이고, 알고 지내는 부동산 실장님 말씀으로는 왠만한 가게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암암리에 가게를 내놓고있지만 권리금 합의가 안되어 빠져나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 나도 지금 장사가 잘되지 않고 있다. 이곳에서 옷가게를 한지 5년째인데 이렇게 안되기는 처음이다. 지금이야 무더위에 휴가철에 당연히 손님이 없을 시기지만, 피크라고 할 수 있는 지난 봄시즌에도 작년 매출의 반도 못찍었을 정도로 매출이 바닥을 기고 있다.
……
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들은 다 어디에서 옷을 사고, 화장품을 사고, 호박잎을 사고, 머리를 손질하는 것일까.
알 것이다. 그들, 아니 여러분들이 어디를 찾아가는지.
유명한 곳.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곳.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곳. 무슨무슨 세일이나 무슨무슨 이벤트를 많이 하는 곳. 할인카드도 많이 받고 적립금도 차곡차곡 모아주는 곳. 옷도 사고 화장품도 사고 장도 보고 밥도 먹고 뭐든 다 할 수 있는 곳. 아이들 놀기에도 좋은 곳. 없는게 없는 별천지 같은, 그 곳.
그 곳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그 곳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야박하다는 얘기도 절대 아니다. 나는 그냥, 조금 씁쓸하고 조금 걱정이 될 뿐이다.
화장품을 파는 것보다 안부를 주고받는 것에 더 신경을 썼던 곳. 고급스런 시설과 보기좋은 진열은 아니어도 금방 야채를 따다가 대충 큰 손질만 마쳐 내다팔던 곳. 츄리닝 바지에 슬리퍼 찍찍 끌고 가서 머리를 맡기고는 알수없는 편안함에 슬며시 졸고 말았던 곳.
옷보다 수다, 옷보다 고민, 옷보다 웃음을 더 자주 주고받았던 나의 가게, 나의 사랑방이 이제 곧 사라지게 될거라는 예감이 나를 이렇게 씁쓸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걱정이 된다. 이렇게 동네 구멍가게들이 하나 둘 씩 사라지게 되면, 비어있는 그 자리는 누가 차지하게 되는 것일까. 결국은 가진자, 있는자, 힘센자의 자리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가진자, 있는자, 힘센자는 우리 동네사람들에게 잘할까? 다정할까? 친절할까? 안부도 물어봐주고 힘든일도 함께 고민해줄까?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그때가 되어도 변함없이 그들이 할인도 잘해주고, 이벤트도 자주 하면서 손님의 환심을 사는 일에 신경을 쓸까 하는 것이다.
어쨌든 현재 사람들이 선호하는 곳은 동네가게보다 쇼핑타운이다. 구멍가게보다 대형마트다. 이름없는 가게보다 낯익은 이름 세글자를 달고있는 체인샵이다. 동네 상권이 죽어가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고,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는 과거가 될 것이다.
그렇게 다가올 미래는 긍정의 세계일까 아닐까. 알 수 없다. 나는 그저 사라져가는 그 무언가가 못내 쓸쓸하게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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