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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과 소통의 소식지
삶의 작은 공간으로부터 희망을 함께 나누는 큰 길에서 만나는 길목
| 길목 | 2016.04.07 | 1193호 |
그토록 나 자신을 깊이 발견할 수 있도록
묵상과 성찰

작품 | 전영일
나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 에자르트 샤퍼
나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아무도
그대가 준 만큼의 자유를
내게 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그대 앞에 서면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될 수 있는 까닭입니다

나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그대 아닌 누구에게서도
그토록 나 자신을
깊이 발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늘뜻
그러므로 여러분은 스스로 낮추어 하느님의 권능에 복종하십시오. 때가 이르면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높여주실 것입니다. (베드로전서 5:6)
참여
나눔과 소통
자잘한 꽃 -이정모
자잘한 꽃들에게 서둘러 피는 것보다 더 중요한 전략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무리를 지어서 흐드러지게 피는 것이다. 이유는 한 가지. 겨울 내내 굶주렸던 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다. 예쁘게 보이겠다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벌의 눈에 띄게 하겠다는 것이다. 작은 꽃이 잘 보이지 않으니까 무더기로 펴서 나무 하나가 통째로 꽃으로 보이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자잘한 꽃들이 각자 도생하겠다고 나서면 죽을 힘을 다해서 꽃을 피워 봤자 별무소득인 것은 자명하다. 이것은 꽃들도 안다. 자잘한 꽃들은 당연히 뭉쳐서 흐드러지게 피워야 하며, 큰 꽃들은 홀로 피워야 한다. 이게 자연의 이치다. 인간은 자연에서 배운다. 이른 봄에 피는 자잘한 꽃들의 생존전략에서 뭔가를 배우고 싶다면 봄꽃을 즐겨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적기다. 가을철 단풍 놀이와는 달리 봄철 꽃구경은 멀리 갈 것도 없다. 어느 도시나 개나리와 진달래 그리로 벚꽃이 지천이다. 물론 사람도 지천이다. [더보기▶]
웃음 -이송희일
칸트는 웃음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웃음은 고조된 기대가 갑자기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변화되는 데서 생기는 강렬한 감정이다." 쇼펜하우어의 웃음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인간의 웃음이란 일반적인 상황에 '이질적인 것'이 끼어들어가거나, 현실과 관념이 어긋났을 때 파생되는 인간 고유의 감정 상태라고 주장한다. 반전에 의해 허 찔린 기대감, 그걸 웃음이라고 봤다.
하지만 쇼펜하우어의 <웃음론 소고>에 등장하는 이 에피소드는 웃음의 다른 분류를 가능하게 한다.
--------------
한 여자가 한 남자에게 다가가 물었다. "뭘 좋아하세요?" 그러자 남자가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혼자 여행가는 걸 좋아해요."
"그래요? 저도 혼자 여행가는 거, 무척 좋아해요."
여자가 반색하며 이어 입을 열었다. "잘 됐다. 우리 함께 여행가요."
----------------
엉뚱한 반전은 존재하지만, 평생 여성혐오에 시달렸던 쇼펜하우어는 이 에피소드에서 백치미의 여성을 은밀히 가정하고 있다. 이 에피소드는 웃음의 '기대론'과 다른 분류를 가능케 한다. 자신의 우월감에 기대 타자를 조롱하는 것.
타인의 옷차림, 장애, 무지, 부자연스러운 움직임 등을 희화화하는 댓가로 자신의 우월감을 성취하는 '조롱의 웃음론'이 바로 그것이다. 고대 사회부터 광대를 비롯해 절대 권력 앞에서 연출되는 웃음의 거개가 조롱의 웃음이다. 획일성과 정상성에 대한 욕망이 강한 사회에서도 힘 없는 타자들을 조롱하는 웃음이 만연한다.
가장 좋은 웃음은 자기 자신을 희화화하는 웃음이고, 품질이 좋은 웃음은 민중들의 해학극처럼 기존의 지배 질서에 반전을 가미하는 것이다. 이게 칸트의 웃음 형식에 가까운 웃음이다. 반면, 가장 품질이 낮은 웃음은 정상성과 비정상의 위계를 세우고 타인을 조롱하는 웃음이다.
여성혐오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장동민이 이번엔 이혼가정 자녀들을 조롱해서 논란이 되고 있단다. 가장 저질의 웃음이다. 이 사회가 그만큼 정상성에 대한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자기 자신을 희화화하고 자신 안에서 반전의 웃음을 끄집어내지 못하는 시대, 저런 품질 낮은 개그맨들이 설쳐대는 게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도. 어휴, 꼴사나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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