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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8 18:58

살아 있는 날은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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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날은

 

마른 향내 나는

갈색 연필을 깎아

글을 쓰겠습니다.

 

사각사각 소리나는

연하고 부드러운 연필 글씨를

몇 번이고 지우며

다시 쓰는 나의 하루

 

예리한 칼끝으로 몸을 깎이어도

단정하고 꼿꼿한 한 자루의 연필처럼

정직하게 살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의 살아 있는 연필

어둠 속에도 빛나는 말로

당신이 원하시는 글을 쓰겠습니다.

 

정결한 몸짓으로 일어나는 향내처럼

당신을 위하여

소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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